
박희민 피아노 독주회쇼스타코비치전주곡과 푸가 전곡 시리즈 1
LOTTE CONCERT HALL25.06.09Monday 11:30am
안녕하세요. 박희민입니다.오늘 연주회에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청년예술도약지원> 에 선정되어 마련할 수 있었으며, 제게는 매우 뜻깊은 기회입니다. 특히 올해는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기이기도 해서, 그의 음악을 다시 들여다보며 그가 남긴 유산을 무대 위에서 되새길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시간과 시대를 뛰어넘어 이어져 온 음악의 흐름 속에서, 그가 받은 영향과 그가 남긴 흔적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과정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 연주회는 조금 더 환경을 생각하고자 프로그램 설명을 인쇄 대신 QR코드로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인사말도 그 모바일 페이지를 통해 보고 계실 텐데요, 이 작업을 도와준 혜림에게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끝으로, 공연 제작을 함께해주신 영음예술기획과 도움을 주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리고 늘 따뜻하게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시간이 여러분께 깊은 울림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희민 드림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1906–1975)는 20세기 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그의 음악은 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표현을 지켜내려는 고군분투를 담고 있습니다. 스탈린 체제 하에서 그는 체제에 순응하는 듯한 작품과 내면의 목소리를 담은 진솔한 작품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타기를 해야 했고, 그의 음악 속에는 아이러니, 위트, 고통, 그리고 은유적인 저항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그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습니다. 1927년 제1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했으며, 당시 젊은 유망 연주자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입상에는 실패했습니다. 이 경험은 오히려 작곡가로서의 길을 더욱 확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그는 작곡에 전념하게 됩니다.
1950년, 쇼스타코비치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바흐 서거 200주년 기념 페스티벌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되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바흐의 음악뿐 아니라, 대회 참가자였던 러시아 피아니스트 타티아나 니콜라예바(Tatiana Nikolayeva, 1924-1993)의 바흐 연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귀국 후 쇼스타코비치는 《24개의 전주곡과 푸가, 작품번호 87》(24 Preludes and Fugues, Op. 87)을 단기간에 완성했고, 니콜라예바는 이 작품의 초연자이자 주요 해석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전주곡과 푸가는 음악사에서 오래된 형식입니다. 전주곡(Prelude)은 비교적 자유로운 구조를 지닌 짧은 곡으로 푸가에 들어가기 전, 연주자가 손을 푸는 용도로 쓰였으며 조성과 정서를 소개하고 분위기를 설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푸가(Fugue)는 하나의 짧은 주제 선율이 먼저 제시되고, 그 뒤를 따라 다른 성부들에서 같은 주제가 등장합니다. 돌림노래처럼 들릴 수 있지만, 각 성부는 단순히 따라 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리듬과 간격으로 진행되거나 다른 조성으로 옮겨가며 점차 음악이 입체적으로 전개됩니다. 처음 들을 때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가장 처음 등장한 주제를 귀에 익혀두고, 그것이 어떻게 되풀이되거나 변형되는지에 집중하다보면 푸가의 흐름이 더 잘 들릴 수 있습니다. 즉, 푸가 감상의 핵심은 하나의 주제가 여러 층위로 어우러지고 변화해 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듣는 데 있으며, 복잡한 구조 속에서도 질서와 균형을 이루는 방식에서 푸가 특유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전주곡과 푸가는 모든 장·단조를 기반으로 한 전주곡과 푸가 24쌍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The Well-Tempered Clavier)이 반음계 순서를 따르는 것과 달리, 쇼스타코비치는 5도권 순서에 따라 조성을 배열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전통적인 틀 안에서 20세기의 정서와 자신의 음악 언어를 탐구한 독창적인 시도로 평가받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러한 구조적, 미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바흐와 쇼스타코비치의 전주곡과 푸가를 의도적으로 짝지어 구성하였습니다. 각 곡은 조성이나 음악적 성격에서 유사한 점을 지니며, 함께 연주될 때 그 관계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두 작곡가의 고유한 음악 언어 또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Program
J. S. Bach (1685-1750)
Well-Tempered Clavier Book Ⅰ 중No. 1 in C Major, BWV 846
D. Shostakovich (1906-1975)
24 Preludes and Fugues, Op. 87 중No. 1 in C MajorNo. 2 in A minor
J. S. Bach (1685-1750)
Well-Tempered Clavier Book Ⅰ 중No. 7 in E-flat Major, BWV 852
D. Shostakovich (1906-1975)
24 Preludes and Fugues, Op. 87 중No. 9 in E MajorNo. 10 in C-sharp minorNo. 15 in D-flat Major
⎯ INTERMISSION ⎯
J. S. Bach (1685-1750)
Well-Tempered Clavier Book Ⅱ 중No. 5 in D Major, BWV 874
D. Shostakovich (1906-1975)
24 Preludes and Fugues, Op. 87 중No. 7 in A MajorNo. 8 in F-sharp minor
J. S. Bach (1685-1750)
Well-Tempered Clavier Book Ⅰ 중No. 21 in B-flat Major, BWV 866
D. Shostakovich (1906-1975)
24 Preludes and Fugues, Op. 87 중No. 16 in B-flat minorNo. 21 in B-flat Major
피아니스트 박희민은 강원예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성적우수장학금 수혜)에 입학하여 졸업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음악원에서 피아노 석사, 실내악 석사 및 전문 연주자 과정을 Piano Department Assistantship을 수행함과 동시에 전액 장학생으로 취득, 수료하였다. 국내 음악세계 콩쿠르, 강원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 한국 베토벤 콩쿠르 등에서 1위에 입상하였으며 San Francisco Concerto Competition 2위, Susan Torres Piano Award 3위, Chautauqua Piano Concerto Competition Finalist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그는 설악문화센터 초청 독주회, 젊은이의 음악제, 피아노학회 신인 음악회, 성공회성당 정오음악회, 영산아트홀 초청 전문연주자시리즈 등 수많은 무대에서 화려하면서도 진중한 연주자로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이태리 Zephyr Chamber Music Festival, 미국 Chautauqua Music Festival, Art of the Piano in Cincinnati의 음악 페스티벌에 장학생으로 참가 및 연주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 내의 노숙자와 저소득층을 위해 푸드뱅크에 연주 수익을 기부하는 <Music for Food> 프로젝트를 통해 Norman Fischer, Tessa Lark, Borromeo String Quartet 등의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함께 실내악 무대에 여러 차례 올랐으며, Gilbert Kalish, Kim Kashkashian, Takács String Quartet 등 여러 아티스트로부터 실내악 코칭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트리오 루카의 피아니스트로서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실내악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다산아트홀,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 삼익문화재단 초청 이음연주회, 쿠무다 홀 등에서 연주하였다.
신수정, 문용희, Awadagin Pratt, Garrick Ohlsson, Boris Slutsky, Leon Fleisher, Jerome Lowenthal 등 국내외 저명한 지도자와 연주자들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한 바 있으며, 김귀현, 박숙련, 하상희, 서동현, Yoshikazu Nagai, Jon Nakamatsu를 사사하였다.
음악중점학교 인천여중, 봉의고와 강원예고 영재원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박종화 교수와 박사과정 중에 있다.
하반기 연주일정
1
From Bach to Shostakovich and Beyond
전주곡과 푸가 전곡 시리즈 I6월 9일 월요일 11:30am롯데콘서트홀
2
From Bach to Shostakovich and Beyond
전주곡과 푸가 전곡 시리즈 II11월 18일 화요일 7:30pm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3
From Bach to Shostakovich and Beyond
전주곡과 푸가 전곡 시리즈 III12월 14일 일요일 3pm금호아트홀 연세
